새로운 애플을 만나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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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애플을 만나 보시라

Meet the new Apple

월요일 아침 애플의 WWDC 2014 기조연설을 봤을 때다. 무대 위에 오른 이들 모두가 확신감과 재미가 줄줄 넘쳐 흐르는 전염병 같은 분위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애플의 새로운 시대로서 뭔가 새로웠고, 지금 애플이 하고 있는 발표의 거울에 맺힌 상과 같은 느낌이었다. 메시지는 크고 낭랑했다. 우리가 돌아왔다. 놀 준비 됐는데, 여러분도 놀 준비 됐음을 우린 알지.
팀 쿡 CEO와 자신의 “최고(supreme)” 친구, 크레이그 페더리기가 무대 위를 뛰어 다니며 농담을 나누고, 일부러 잘못 부른 오에스텐 “위드(weed, 마리화나를 의미하기도 함)”처럼 기묘할 정도로 길고 효과적인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끌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애플 로고가 도처에 없었다면 여기가 무슨 회사인지 모를 정도였다. 쾌활함과 느슨함, 그리고 확신감. 정말 놀 만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2011년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의 애플 이벤트에는 좀 주저함과 서먹함, 심지어 공포감이 엿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분위기는 회사 바깥에도 흘러 나와서 혹시 애플에 계획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이들도 굉장히 많았다. 잡스-이후의 애플은 도대체 무슨 회사가 되고 싶어 하는지(그리고 될 수 있는지), 애플이 이제 하락하려나 보다는 분위기도 감지할 수 있었다. 잡스의 스타일과 결단력, 철학에 동의하건 안 하건 간에, 잡스가 애플의 목소리였으며, 애플 로드맵의 열쇠를 지고 있었다는 주장을 부인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애플의 회복기와 재발견의 시기를 몇 년은 거친 듯 한 느낌이다. 미래 계획과 로드맵에 대해 몇 차례고 팀 쿡에게 물었을 때에도 그는 주저하거나 뭔가 가늠해 보려 하는 듯 했었다. 비밀주의라든가 타이밍 때문이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새로운 목소리를 찾기 위해서, 그 목소리로 말하기를 기다렸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애플은 그 목소리를 다시금 찾아냈다.
애플은 이제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확신감과 힘마저 갖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애플의 목소리는 들뜨고 너무 자신감에 차 있기도 하다. 애플의 새로운 스탠스가 완전히 “열려 있다”고 할 수는 없겠다만, 자기 손을 좀 더럽히기 원하고 있다. 배관 시설을 작업하면서 생태계를 구축하고, 가깝고 먼 파트너들과 함께 애플 플랫폼에서 위대한 일을 하려 하는 애플이다. 사용자와 개발자들에게 “예스”라 답하고 싶어하는 애플이기도 하다.
정감 어린 농담과 느슨함으로 가득 찬 무대 위의 메시지와 기조연설 발표 모두, 헤드라인은 확실했다. “해 보자(game on)”다. 팀 쿡이 안드로이드에서 온 사용자들이 “더 나은 삶”을 원했다고 말할 때처럼 애플이 공격을 할 때에도, 애플의 공격은 부드러웠다(good-natured). “당분간 이 일을 할 것임을 우리도 알고 있으니, 한 번 재미 있게 해 보자.”였다. 구글 검색이나 윈도 호환성이 무대 위에서 언급이 되긴 했었나? 우연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날의 큰 발표는 애플의 새로운 분위기였다. 개발자 커뮤니티의 축복과 칭찬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도와 드릴 수 있을까요?”라는 애플의 새로운 메시지의 핵심이었다. 퍼스트 파티와 써드 파티의 앱에 어느 개발자가 개발했든지 간에 추가적인 기능을 넣을 수 있게 해 줬다거나, 써드 파티 키보드와 위젯과 같은 것에 대한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터치 ID 접근을 개방한 것 등, iOS 8의 새로운 확장성과 같은 것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숨기고 있던 것 일부를 터줬음이 분명하다는 의미다. 애플은 직접적으로, 비유적으로 우리를 듣고 있었다, 우리가 요구했던 것을 주겠으며, 지금이 첫 단계임을 말하고 있다. iCloud Drive와 작업을 훨씬 쉽게 할 기초적인 아이디어로 단순하게 만든 iCloud의 새로운 사진-관리 툴도 이를 매우 잘 보여준다. 그동안 뒤떨어졌지만 드디어 웹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THE FOUNDATION, NOT THE STAR ATTRACTION
게다가 그저 누그러뜨리기만이 아니다. 애플의 새로운 생태계는 특히 스타의 쇼(STAR ATTRACTION)가 아니라 보다 근본을 향하고 있다. 헬스킷과 홈킷과 같은 소프트웨어 레이어는 애플이 최선을 다해 써드파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누릴 수 있는 완전히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러 모로 “앱 경제”를 일궈낸 애플이 우리를 미래로 향하게 할 새로운 고속도로를 짓고 있음을 연상 시켜 준다. 새로운 트릭이 아니다. 음악 업계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일 때 애플이 음악을 다시금 심각하게 만들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창조자들에게 플랫폼을 주고 자기 마음 속 콘텐츠를 갖고 놀게 하는 것이 애플의 DNA 일부이다. 쿨할 뿐만이 아니라 스마트하기도 하다. 절차의 핵심에 남아 있으면서 파트너들에게 공간을 주는 것도 애플 방식이다. 애플은 문 열쇠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문의 열쇠가 서로 얘기할 수 있기를 원한다.

WWDC 발표는 태도나 위치 선정만이 아니다. 의미가 풍부해졌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띈 것도 많아졌다. 연동성(Continuity)과 여러 서비스(HandOff와 플랫폼 간 AirDrop, SMS 외 모바일과 데스크톱 간의 통합)는 애플이 여전히 영리하고 혁신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애플의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위프트(Swift)는 향후 10년간 애플 플랫폼에 계속 영향을 끼칠 혁신 작업을 애플이 해오고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큰 그림은 따로 있다. 애플이 드디어 깊었던 잠에서 깨어났다는 점이다. 앞으로 전진하는 빛과 같은 느낌이다. 일이 다시금 재미있어질 것이다. WWDC 기조연설에서 본 모든 것은 앞으로 애플에게 매우 재미 있는 세월이 시작되리라는 점을 알려준다. 가령 분명 가을께 애플이 대규모 하드웨어 업데이트를 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예상이 가능했고 반복적이었던 이전의 이벤트와는 달리, 다음의 애플 움직임은 분명 놀라울 듯 싶다.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이 월요일 기조연설에서 본 바와 마찬가지로 뭔가 시사점을 준다면, 그에 따른 앱과 하드웨어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가 될 듯 하다.
새로운 애플은 수많은 이들에게 수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겠으나, 필자가 이제까지 즐겨 묘사하던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매우 좋은 소식이다.
Meet the new Apple | The Verge
위민복님이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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