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슬링거 –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우선주의는 어디서 나왔을까?

에슬링거 –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 우선주의는 어디서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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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How I Taught Steve Jobs To Put Design First
HARTMUT ESSLINGER, FOUNDER OF FROG AND CREATOR OF APPLE’S SNOW WHITE DESIGN LANGUAGE, RECOUNTS CONVINCING JOBS TO EMPOWER DESIGNERS.
The following is an edited excerpt from Keep It Simple: The Early Design Years of Apple by Hartmut Esslinger.
FIRST IMPRESSIONS
애플과 처음 만났을 때가 1978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ICSID World Design Congress였다. 애플이 애플 IIe 시스템을 행사장에 설치했었고, 필자는 애플 기술과 가격, 이 기초적인 제품이 어떻게 돌아가는 방식을 좋아했다. 재미나는 무지개 색상 로고에 못생긴 서체로 “애플 컴퓨터”가 가로지르고 있었다. 제품 디자인 측면에서 애플 IIe는 리본과 롤러가 없는 투박한 옛날 타자기처럼 보였고, 키보드는 데스크톱 위의 높이에 거칠게 떠 있었다. 인체공학적이지 못한 처사였다. 일반적인 금속제로 만들어진 원시적인 5.25 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도 컴퓨터 본체 위에 놓여 있었고 말이다. 그 위에는 검정 화면에 녹색 서체가 뜨는 일본제 규격 모니터가 있었다. 애플 IIe는 분명 웅대한 비전에는 걸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대 사기로 했다. 이 멋진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컴퓨터, 혹은 “생각하는 기계”가 우리의 일상에 젖어들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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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TO APPLE
당시 필자의 주요 고객사는 소니였고, 소니도 개인용 컴퓨터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소니 엔지니어들과 프로토타입을 몇 가지 개발한 후에 보니, 1981년 당시 경영진은 개인용 컴퓨터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실리콘 밸리 회사로 관심을 돌렸다. 가령 HP는 기술적으로 진보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논리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HP의 유전자는 인간-중심적인 디자인을 기술 제품에 접목 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결국 깨달았다. 그제서야 애플과 직접 연락해야겠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정작 애플과의 연락은 평범하지 않게 일어났다. 1982년 초, 캘리포니아에서 필자와 함께 일할 흥미를 보인 디자이너들과 얘기한 적이 있었다. 실질적인 결과는 없었지만 그때 대화로, 미국 기업 디자이너 대부분은 그 회사 직원으로서 마케팅 및 엔지니어링을 맡고 있는 상사에게 보고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실리콘밸리의 한 파티에서 애플 II부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로브 게멜(Rob Gemmell)을 만났다. 그에게 필자의 시각적인 디자인을 보여주자 로브는 스티브 잡스를 만나야 한다고 설득했다. “스티브 잡스 만나 보셔야겠네요. 미친놈이지만 세계 정상급 디자인에 정말 신경 쓰고, 그런 디자인을 애플로 데려 오려 하는 양반이기도 하죠.”
THE REAL JOURNEY BEGINS
로브는 독일 슈바르츠발트에 있는 스튜디오를 방문해서 디자인 사무소들 간에 애플이 붙이고 있는 경쟁을 설명했다. 괜찮은 일이었다. 애플과의 일이 인생을 바꿀 만한 기회라는 사실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의 현재 제품군이 거느린 현실과 자기 회사를 “세계 최고”로 만드려는 스티브 잡스의 야망 간의 거대한 간극을 필자는 분명히 이해하고 잇었다. 우리는 다음에 미국에 가서 쿠퍼티노를 방문, 스티브 잡스를 만나기로 했다. 우연히도, 당시 잡스는 곧 TIME 매거진에 “Striking It Rich”라는 제목으로 표지 기사에 등장할 예정이었다.
회의를 준비하면서 이 변덕스러운 사내가 어떨지, 혹시 경고받은대로 사무실에서 바로 필자를 쫓아내지는 않을련지 걱정스러웠다. 그를 기다리면서 정장을 갖춰 입은 사람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필자는 청바지에 스니커즈, 티셔츠 차림이어서 불안했다. 하지만 그 후 보게 된 스티브는 나보다 더 오래 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아까 정장 입은 사람은 누구냐 묻자 스티브는 박장대소하며 농담했다. “제리 브라운(Jerry Brown) 캘리포니아 주지사입니다. 일자리 구하는 중이죠.”
덕분에 분위기가 좋아져서 소니 WEGA용 디자인을 강조하며 스티브에게 필자 작품을 좀 보여줬다. 보여주자마자 순식간에 잡스가 “애플로도 이걸 원합니다”라 말했다. 우리는 절차에 대해서도 말하고, 디자인을 애플 기업 전략의 핵심요소로 만드는 방안도 설명했다. 세계 최고급의 디자인은 하의상달식으로 나올 수가 없으며, 리더십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하의상달식으로 했다가는 결재 과정마다 그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또한 특히 미국 기업 디자이너들의 사례를 들려 줬다. 항상 상급자에게 알리는 방식에서 오는 고충 말이다. 애플의 디자인 과정으로 볼 때 구조적으로 평범한 디자인이 나오는, 정확히 다른 미국 기업과 같은 양상을 드러냈다는 필자 관측을 알려주자 스티브는 짜증나 보였다.
[IMG]우리 대화에서 그 부분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스티브는 프로젝트 얘기보다는 고객사와의 권력 투쟁을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사례(대부분은 성공작이 됐다)를 포함한 필자의 목표, 디자인에 대한 접근 얘기가 더 나오자 놀란 듯 했다. 그는 디자인 언어란 보편적이라거나 절대적이지 않고, 회사 정신에 걸맞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불편해했다. 미학이 감정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미학은 훌륭한 제품의 한 요소일 뿐이라는 설명에도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스티브는 사실 디자인에 대해 많이 알지 않았지만 그는 독일 자동차를 좋아했다. 필자는 독일 자동차와의 연결을 강조하면서 그런 디자인은 제품 그 자신의 영혼을 표현하는 완전한 패키지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훌륭한 운전 느낌과 뛰어난 성능을 가진 포르셰는 멋진 자동차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래서는 포르셰일 수 없었다. 우리는 미국 디자인도 논의했다. 필자는 미국 컴퓨터와 전자 제품 기업들이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완전히 평가 절하하고 있다면서, 소니의 깔끔한 디자인이 그 증거라 제시했다. 애플이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다고 인정했지만, 잡스는 세계 최고급 디자이너를 찾아서 모든 것을 바꾸겠노라고 말했다. 그는 품위가 있었다.
더 큰 야망이 무엇인지 물어 보자, 그는 그저 웃고는 이렇게 말했다. “첫째, 맥 100만 대를 팔고 싶어요. 그리고 애플이 지구에서 제일 훌륭한 회사가 되는 겁니다.” 전략적인 이유로 우리는 그의 목표를 절대적으로 이룰 수 있다고 모두 동의했다.
회의 막바지에서 필자는 스티브에게 애플의 기존 디자인 과정을 재고해 보라 설득했다. 당시 애플 디자인은 엔지니어링의 자비로 디자인이 놓이는 과정이었다. 필자는 그에게, 디자인 리더와 팀이 필요하며, 리더가 직접 스티브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게다가 애플의 전략 계획에 있어 실제 제품 개발이 이뤄지기 수 년 전부터 디자인이 포함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 애플은 신기술과 소비자 반응 및 대응을 수 년 앞서서 기획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근시안적인 임시 방편의 개발을 피할 수 있었다.
스티브는 프로그(frog) 디자인이 디자인 입찰에서 승리할 경우 디자인은 애플 내에서 최고 위치를 갖게 될 것이며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게 되리라고 마지 못해 약속했다. 그날 필자는 느낌이 충만한 상태로 사무실을 나왔지만, 도전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점도 알고 있었다. 애플에서의 짧은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사내 구조 변화가 싸움 없이 일어날 리 없었기 때문이다. 각 부서 관리자와 디자이너들이 싸울 수 밖에 없었고, 스티브는 필자에게 전투를 이기게 하겠노라 장담했다.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당연히 있었다. 스티브는 “하나의 미치도록 위대한 제품”이 애플을 정의 내리리라 믿고 있었지만, 필자는 애플에게 훌륭한 제품 라인을 만들어내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우리는 그날 중대한 협력을 시작했다. 결국 소비자 기술 역사상 제일 성공적이고 영향력이 큰 디자이너/기업 연합을 이룬 날이 그날이었다.
위민복님이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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