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는 트위커 그 이상이었다

By John Gruber

Getting Steve Jobs Wrong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의 잡스 전기에 오류가 있다는 증거물 A로서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지난 주 뉴요커지 기고를 통해 잡스가 “트위커(tweaker)”였다고 주장했다.

1779년, 랭카셔의 은퇴한 천재, 새뮤얼 크롬턴(Samuel Crompton)은 뮬 정방기(spinning mule)를 발명하여 면화산업의 기계화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영국의 진짜 장점은 뮬 정방기에 금속제 바퀴를 추가시킨 호위치(Horwich)의 헨리 스톤스(Henry Stones)라 할 수 있었다. 돌아가는 바퀴의 가속과 감속을 부드럽게 할 방법을 고안한 토팅턴(Tottington)의 제임스 하그리브스(James Hargreaves), 수력을 덧붙인 글라스고(Glasgow)의 윌리엄 켈리(William Kelly), 바퀴로 가는 실을 뽑아낸 만체스터(Manchester)의 존 케네디(John Kennedy),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시 만체스터 출신으로서 트위커 중의 트위커랄 수 있는 정밀머신 툴의 마스터, 리차드 로버츠(Richard Roberts)를 뺄 수 없다. 로버츠는 “자동” 정방기를 만들어냈다. 크롬턴의 원작에 비해 정확하면서 속도가 빠르고 신뢰성 있는 정방기였다. 마이젠잘과 모키르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이 “필요한 발명을 해내서 고도의 생산성과 보수를 만들어낼 대규모 급의 발명도 이뤄냈다”고 썼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는 새뮤얼 크롬턴일까, 리차드 로버츠일까?

잡스는 둘 다 아니다. 크롬턴과 로버츠를 잡스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산업혁명 당시 발명가들에 비해 잡스는 “아무 것도 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잡스가 기술을 이해했다고는 해도 잡스 스스로는 엔지니어가 아니었다. 그는 극도로 정교한 취향을 가졌지만 디자이너 또한 아니었다. 잡스가 실질적으로 한 일은 그의 인생과 일에 있어서 대부분 수수께끼였다. 그리고 아이작슨은 불행히도 잡스가 한 일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였다거나 잡스의 재능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의 수수께끼가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글래드웰 역시 슬프게도 아이작슨의 잡스에 대한 묘사를 있는 그대로만 받아들였다.

지난 달 잡스의 사망 이후 추도사들을 보면 잡스를 크게 생각하는 비전가이자 발명가로 언급하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이작슨의 전기를 보면, 잡스는 트위커 그 이상이었다. 그는 1979년 그 유명한 제록스 PARC 방문 이후 제록스 엔지니어들로부터 마우스와 화면상의 아이콘이라는 매킨토시의 특성을 빌려왔다. 최초의 휴대용 디지탈 뮤직 플레이어는 1996년에 나왔고, 애플 아이포드는 2001년에 첫 등장을 했다. 기존 뮤직플레이어가 “정말 형편 없었기” 때문에 내놓기로 마음 먹어서다. 스마트폰 또한 1990년대에 이미 나오기 시작했고 아이폰은 10년도 더 후인 2007년에 나왔다. 아이작슨에 따르면, “잡스는 휴대폰에 대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예전의 뮤직플레이어가 그러했듯, 모조리 다 역겨웠기 때문이다.”

혁신의 기준이 이런 것이라면, 도대체 진정 혁신인 제품을 만든 회사가 있을까? 혁신이란 100% 다른, 이전까지 사용된 바 없는 기술과 아이디어, 개념을 사용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아마 대부분?)이 있다. 그렇다. 아이포드 이전에도 디지탈 뮤직플레이어는 있었고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었다. 하지만 아이포드와 아이폰, 그리고 이전에 존재했던 제품들의 차이를 보면, 단순히 트윅(tweak)이 아니었다.

잡스가 오리지날 아이폰을 발표했던 2007년 맥월드 엑스포 기조연설 때의 사진을 보시라.

Steve Jobs at Macworld Expo 2007, showing the leading smartphones prior to the iPhone.

당시 리더급 스마트폰의 모습이 저랬다. 4년이 지난 지금 어느 기업도 저런 휴대폰을 만드는 곳은 없다. 물론 RIM이 있기는 하지만 RIM은 쇠퇴기에 있다.

글래드웰은 잡스와 애플이 제록스 스타를 “트윅”해서 매킨토시를 만든 양 믿게 하려한다. 하지만 실제 1982년 제록스 스타(Xerox Star)의 영상을 보시라. 인터페이스가 매킨토시와 얼마나 닮았는지 스스로 판단하실 수 있다. 제록스는 분명 맥이 기반으로 삼는 근본적인 개념을 많이 고안했지만, 맥에 익숙하다면 스타를 상당한 교육 없이 아예 다루지 못할 것 또한 분명하다. 스타와 매킨토시 간의 주된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디자인이 아니라 민주화였다. Wikipedia에 따르면, 스타의 1981년 당시 설치가격은 약 $75,000였고, 전용 파일서버와 네트워크망, $16,000부터 시작하는 추가적인 웍스테이션을 요구했다. 1984년에 나온 매킨토시의 가격은 $2,495였고, 잡스는 가격이 그보다 더 떨어지기를 원했다.

10만 달러 짜리 네트워크 웍스테이션의 개념을 2,500달러 짜리 일반용 컴퓨터로 끌어내린다? 필자가 보기에는 정말로 급진적인 혁신이다. 매킨토시는 전혀 “트윅”이 아니었고, 픽사도 “트윅”이 아니었다. 아이포드가 아마 이전에 있었던 제품들에 비해 “트윅”에 제일 가까운 존재일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이포드를 전체 아이튠스 생태계와 분리시켜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아이튠스 생태계는 우리의 문화, 그리고 음악 청취의 방법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애플의 음악산업 진입을 “트윅”으로 여기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스티브 잡스는 다름 아닌, “대대적인 비전가(large-scale visionary)”였다.

글래드웰의 글을 더 인용해 보겠다.

아이패드의 아이디어도 원래는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가 착안한 아이디어에서 나왔었다. 이 엔지니어는 잡스 가족의 친구와 결혼했었고, 50세 생일날 잡스 집으로 초대받아 들어왔다고 한다.

이 태블릿 PC 소프트웨어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든 노트북 컴퓨터를 없애고 세상을 완전히 변화시키리라고 얼마나 집적댔는지 모르겠습니다. 애플이 앞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를 라이센스받아야 한다나요. 하지만 그의 태블릿은 전적으로 틀렸어요. 스타일러스가 있더군요. 스타일러스가 있는 한 죽은 겁니다. 저녁 내내 한 10번은 말했을 겁니다. 너무 지겨워서 집에 와서는 “엿먹으라고 해, 태블릿이 어때야 하는지 보여주겠어.”라 했죠.

어떻게 이 에피소드가 아이패드의 아이디어랄 수 있을까? 아이패드를 만들 동기라고 하면 또 모르겠다. 태블릿의 아이디어를 idea 수준에서 let’s get to work on it 수준으로 실행하는 것에 더 가깝다. 뭣보다 위의 단락을 읽고 “아이패드의 아이디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지니어로부터 나왔군”이라 읽을 수 있을까? (설사 그렇게 여긴다 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허풍쟁이 PC 엔지니어가 아니었다면 아이패드가 나오지 않았으리라고 정말 생각하시는가?)

전통적인 지혜로 여기던 것이 완전히 틀렸을 뿐 아니라, 실제로는 오히려 정 반대임이 드러난다면 어떨까? 말콤 글래드웰의 방정식이 바로 그러하다. 그의 트윅론은 들어맞지를 않는다.

글래드웰의 18세기 증기엔진 발명가 비유대로의 “트위커”를 PC 업계에서 찾는다면, 그 트위커는 스티브 잡스가 아니라 빌 게이츠이다. 마이크로소프트 BASIC 이전에도 BASIC은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DOS를 발명하지도 않았다. 윈도는 맥을 따라 했으며, 워드는 워드퍼펙트를, 엑셀은 1-2-3(역시 비지칼크를 따라했다)를, 엑스박스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따라했다.

개인적으로는 게이츠도 단순한 “트위커”라 부르기 뭣하다고 본다. 물론 게이츠도 자기 나름대로 대대적인 비전가였고, 그렇게 남아 있다. 단, 그는 절대로 제품 비전가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보다 더 가치가 높다거나, 동등한 가치를 지녔다는 전체 아이디어는 누가 만들었나? 게이츠! 소프트웨어 판매의 개념을 개척하고, 거의 모든 하드웨어 상에서 어디에서나 돌아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아이디어는 누가? 게이츠! 빌 게이츠는 이 아이디어로 수 천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회사를 만들어냈다. 빌 게이츠의 업적을 깎아내린다거나 경시한다고 오해하지 마시라. 글래드웰이 생각하는 전체적인 전제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는 말을 할 뿐이다. 스티브 잡스는 글래드웰의 묘사에 들어맞는 인물이 아니다.

글레드웰의 전제조건이 너무나 틀린 이유는 아무래도 잡스가 트위커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꾸준하고 안정적이며 반복적인 개선, 프로토타입에 뒤이은 또 다른 프로토타입, 디자인 이후의 디자인, 출하 이후의 또 다른 출하 등의 과정이 애플의 문화에 심겨져 있다. (픽사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글래드웰은 이런 글을 썼다.

그는 설계도 한 장으로 세상을 다시 만들어낸 것이다. 트위커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서 그들을 거의 완벽한 솔루션이 될 때까지 밀어부친다.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다시 만들어냈다. 또한 실제로 그것을 이뤄냈다는 점이 중요하다.

Daring Fireball: Getting Steve Jobs Wrong

위민복님이 번역한 글입니다.

Leave a Comment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