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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s Money
Posted on August 1st, 2011 by Robert X. Cringely

In Steve we trust.
애플이 미국 정부보다도 더 많은 현금을 쥐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며칠간 계속 머리를 맴돌고 계실 것이다. 물론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는 뉴스다. 오바마 대통령이 스티브 잡스에게 돈을 빌려달라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고, 스티브 잡스가 돈을 제공하겠다고 하지도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맞다. 정부는 부도상태다. 맞다. 애플에는 현금이 매우 많다. 하지만 GE는 거의 애플보다 500억 달러 더 현금이 많다. 그런데 GE에 대한 기사를 보신 적 있으신가?
애플의 현금에 대한 수수께끼는 곧 스티브가 구상하고 있는 전략으로 직결된다. 도대체 왜그리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가? 제일 그럴듯한 이론은 장차 있을 대규모 인수이다. 그래서인지 주기적으로 이 회사 저 회사를 애플이 인수하리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 가장 최신판이 Hulu다. 물론 애플이 실제로 Hulu를 인수할지는 잘 모르겠다. 필자는 부정적으로 보지만 사실 Hulu 한 곳 인수한다 하더라도 스티브는 740억 달러 이상을 갖고 있다. 즉, 애플의 현금이 어디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필자가 생각하는 애플의 현금보유고의 목표는 단 하나다… 돈을 아주 많이 갖는 것. 개인적으로 스티브 이후의 애플이 어떨지는 몰라도, 스티브 스스로는 인수에 대해 전혀 생각조차 안 하지 싶다.
주주 배당을 안 하려 하고 현금을 쌓아둔다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이야기는 애플이 시초가 아니다. 데이브 패커드(Dave Packard)의 HP도 마찬가지였다. 1950년대 후반에 창립된 HP는 돈을 긁어 모았지만 당시 HP는 딱 두 명의 주주, 빌 휼렛(Bill Hewlett)과 데이브 패커드가 소유한 개인 회사였다. 창립자이니만큼 둘 다 배당을 쉽사리 요구할 수는 있었으리라 짐작하지만(가령 주식환매를 생각할 수 있겠다), 그들은 돈을 쌓아두기만 하고 있었다. 재무를 담당했던 패커드는 심지어 회사채로 성장을 이루라는 월스트리트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휼렛과 패커드는 주주에게 배당을 안 줄수록, 내부적으로 자금을 융통하여 회사 성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물론 현재의 HP는 더 이상 그런 기업이 아니다. 피오리나(Fiorina)와 허드(Hurd), 현재의 아포테커(Apotheker) 모두 그러하지 않았다. (아포테커에 대해서만은 비난할 수가 없다. HP가 입은 피해는 그가 들어오기 전에 입은 피해였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인텔과 실리콘밸리의 거대기업들(애플과 시스코를 포함한다) 모두 HP의 돈만 쌓아올리자는 방식을 본받았다. 회사는 회사대로 돈을 벌고, 주주는 주주대로 자본수익을 막대하게 거두니 아무도 이 방식을 비판하지 않았다. 물론 최근들어 약간의 배당을 시작한 기업들도 생기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애플은 전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는 1976~1977년 당시 가난했던 시절을 알고 있으며, 1990년대 초, 넥스트의 역시 가난했던 시절도 알고 있기 때문에 1997년 애플로 복귀했을 때 스티브는 재무적으로 애플을 대단히 보수적으로 경영했다. 자기가 혹시 저지를 실수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즉, 애플이 쌓아올린 현금보유고는 스티브 자신의 혹시모를 실패에 대한 보험이었던 셈이다.
그가 실패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스티브가 과감하기는 하지만 비용에 대해서는 그리 과감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래서 거의 실패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애플의 현금은 계속 쌓여갔고 결국 잡스 스스로가 현금보유고를 보험으로 인식하지 않아도 될 수준까지 많아졌다. 즉, 스티브가 딱히 이 회사를 인수해야지 하는 마음을 먹어서가 아니라 보험으로 인식하지 않을 시점이 바로 인수자금으로 변할 시점이다. 어차피 인수자금으로 여길 정도가 된다 하더라도 돈을 쉽게 쓸 수는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애플이라면 당연히 여러 건의 인수를 할 수 있었다. 존 스컬리와 길 아멜리오가 애플 자신을 썬 마이크로시스템스에게 인수시키려 했다가 실패한 건도 있었다. 스코트 맥닐리(Scott McNealy)와 조나단 슈왈츠(Jonathan Schwartz) 또한 썬 마이크로시스템스를 애플에게 인수시키려 했다가 실패했다. 스티브는 기회가 별로 성숙하지 않았다면서 대규모 인수를 벌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런 인수를 벌였다가 자신이 느리게 자기 생각대로 구축하고 있던 애플을 망칠 수 있으리라 여겼을 것이다.
(1996년 말, 스티브가 복귀한 이래) 애플의 20년 전략에 이제 14년째임을 기억해 두셔야 한다. 물론 애플은 그동안 확장과 진화를 거듭해 왔지만, 애플의 전략 방향은 언제나 동일했다. 여느 실리콘밸리 CEO라면 분기를 어떻게 넘길까를 고민할 테지만, 스티브 잡스는 10년치를 생각하고 다음 10년을 준비한다.
스티브가 대기업을 인수하려들지 않으리라는 인식이 애플 내부에서 확실해지자(애플이 이제까지 벌였던 제일 거대한 인수는 최근 Nortel의 특허를 구입한 24억 달러 뿐이었다. 스티브는 저작권을 원했지, 사랑스러운 캐나다 엔지니어들을 원하지 않았다.), 애플은 현금보유의 다른 논리를 찾아야 했다.
오늘날 애플은 현금보유고를 가지고 막대한 양의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 최근 애플은 플래시 RAM과 아이폰용 디스플레이를 최저가로 대량구입했다. 애플이 구매한 물량이 워낙 거대해서 최저가가 가능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금리가 평균 1%에 불과한 이 시대에 애플은 현금을 갖고 부품가를 15~20% 낮췄다 함은, 즉 부품가 할인으로 15~20%의 이자율 이익을 봤다는 의미이다.
애플은 최저가로 부품을 구매할 뿐만 아니라 제일 신뢰할 만한 공급망도 얻었다. 이러한 행위가 독점적 행위라고 하지는 않겠다. 다만 특정 모바일 부품에 대해, 소비-측면의 효과적인 독점을 구축했다 정도로 말하겠다.
IBM 또한 PC-AT 시절 지금의 애플처럼 하려 했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IBM은 인텔이 만드는 80286 칩 전량을 구매했다. 하지만 인텔은 2차공급계약을 맺어 생산을 빠르게 두 배 더 늘렸다. IBM의 정책이 역효과를 낳은 것이다. 그래서 IBM은 공급량을 다 쓰기 위해 거의 3년간 8 MHz 286 칩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Compaq과 Dell 외 다른 곳은 그동안 386으로 칩을 갈아탔다. 바로 이때가 IBM이 PC 시장의 리더쉽을 상실했던 때이자, OS/2를 286 칩에서 돌아가게 했던 때이기도 하다.
물론 애플은 IBM이 아니다. 애플의 부품구매량은 IBM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거대하고, 대금지불도 더 잘 했다. 애플은 부품 공급업체들의 건설 계획까지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IBM과 같은 실수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 대부분은 당시 단기 차입금을 빌리지 않거나 줄이고, 재무적인 융통성을 늘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수익 내기가 워낙에 어려웠기 때문에서라도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당시는 현금을 사업에 투입하여 얻는 이익 외에, 현금보유로 인해 얻는만큼의 이익을 얻어낼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애플만이 이 원칙에 분명한 예외사례이다. 그리고 애플만이 상황을 크게 보고 과감하게 움직여서 실패를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자기가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커다란 솥을 갖고 있어야 가능할 일이다. 이 경우 집은 미국 정부를 의미하겠다.
위민복님이 번역한 글입니다.